11월의 시 고르고 직접 쓰는 방법

얼마 전 달력을 넘기다가 11월에는 유독 짧은 시 한 편이 읽고 싶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가의 나무는 며칠 사이 훌쩍 가벼워지고, 퇴근길에는 해가 벌써 져 있다. 이런 변화를 긴 설명 없이 붙잡아 주는 게 11월의 시다.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시를 고를 때도, 내 마음을 직접 적고 싶을 때도 계절의 작은 장면에서 시작하면 훨씬 자연스럽다.
먼저 어떤 마음을 전할지 고르기
11월의 시라고 해서 모두 쓸쓸할 필요는 없다. 같은 낙엽을 보고도 한 사람은 지난 시간을 떠올리고, 다른 사람은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의 단단함을 본다. 시를 고르기 전에 읽을 사람과 상황을 한 번 생각해 두면 표현을 고르기 쉬워진다.
- 친구에게 보내는 글이라면 함께 걷던 거리나 나눠 마신 따뜻한 음료처럼 공유한 기억이 담긴 시가 어울린다.
- 가족에게 전한다면 추위보다 집 안의 온기, 늦은 저녁의 불빛처럼 편안한 장면이 좋다.
- 혼자 읽을 시라면 지금 마음과 닮은 문장을 고르면 된다. 밝아야 한다거나 감동적이어야 한다는 기준은 없어도 된다.
예를 들어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모든 것이 끝나 간다’는 분위기의 시를 보내면 계절감은 맞아도 마음에는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는 떨어진 잎 아래에서 새 계절을 기다리는 장면이 더 잘 맞는다. 시의 유명세보다 받는 사람의 하루가 먼저다.
11월다운 장면을 찾는 방법
직접 쓰고 싶다면 ‘가을’, ‘그리움’처럼 큰 단어부터 적기보다 눈앞에 보이는 것 세 가지를 골라보자. 오후 5시의 어두워진 창문, 코트 주머니에 넣은 손, 바람에 밀려 굴러가는 은행잎 같은 것들이다. 장소와 시간까지 붙이면 누구나 아는 계절 풍경이 내 하루의 장면으로 바뀐다.
소리와 냄새도 좋다. 마른 잎을 밟는 소리, 난방을 켠 버스의 공기, 귤껍질을 벗겼을 때 퍼지는 향은 ‘쓸쓸하다’고 직접 말하는 것보다 그날의 느낌을 또렷하게 전한다. 다만 한 편에 소재를 너무 많이 넣으면 시선이 흩어진다. 짧은 시라면 중심 장면 하나에 다른 감각을 한두 개만 더해도 충분하다.
가령 ‘11월은 외롭다’보다 ‘버스 정류장 의자에 낙엽 한 장이 먼저 앉아 있었다’가 읽는 사람에게 더 많은 생각을 남긴다. 느낀 감정을 없애라는 뜻은 아니다. 장면을 먼저 보여주면 독자가 자기 경험을 포개 볼 자리가 생긴다.
짧은 11월의 시를 직접 쓰는 순서
처음부터 근사한 문장을 만들려고 하면 손이 멈춘다. 종이에 ‘본 것’, ‘그때 한 행동’, ‘남은 생각’을 각각 한 줄씩 써보자. 예를 들면 ‘나무 아래 낙엽이 쌓였다’, ‘목도리를 한 번 더 감았다’, ‘보고 싶은 사람의 안부가 떠올랐다’처럼 평범하게 적어도 된다. 그다음 세 줄 사이에 이어지는 마음을 찾아 문장을 조금 덜어낸다.
이런 식으로 짧게 쓸 수 있다.
나무가 한 장씩
지난 계절을 내려놓는 동안
나는 목도리를 고쳐 매고
오래 미룬 안부를 꺼낸다
문장에 어려운 말을 넣지 않아도 11월의 공기와 마음의 움직임이 함께 담긴다. 써 놓고 소리 내어 읽었을 때 숨이 차는 부분은 나누고, 이미 장면으로 드러난 감정을 다시 설명하는 부분은 덜어내면 좋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 몹시 외로웠다’보다 ‘찬 바람에 빈 주머니를 뒤졌다’처럼 행동을 남기는 편이 더 오래 기억될 때가 많다.
시를 건넬 때는 한 문장만 곁들이기
마음에 드는 11월의 시를 찾았거나 직접 썼다면 전달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만하다. 긴 설명을 붙이기보다 왜 그 사람이 떠올랐는지 한 문장만 적어도 충분하다. ‘퇴근길에 이 구절을 보니 지난번 함께 걷던 길이 생각났어’라는 말은 시를 고른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학교 게시판이나 모임에서 읽을 때는 소리 내어 한 번 읽어보고 길이를 고르는 게 좋다. 화면에서 금방 읽히는 네 줄도 천천히 낭독하면 여운이 생긴다. 반대로 긴 시를 작은 카드에 빽빽하게 담으면 좋은 문장도 지나치기 쉽다. 읽는 자리와 시간을 떠올리면 알맞은 길이가 보인다.
11월에는 풍경이 빠르게 달라진다. 어제까지 남아 있던 잎이 오늘은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런 변화를 잠깐 멈춰 바라보고 한 줄 적어 두는 일만으로도 평범한 하루가 조금 다르게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 11월의 시도 대개 거창한 말보다 그날의 공기를 떠올리게 하는 짧은 장면에서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