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평론가 강헌 별세, 향년 64세 발자취를 읽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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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강헌 별세, 향년 64세 발자취를 읽는 방법

요즘 오래된 노래를 다시 듣다 보면 멜로디만큼 그 노래가 나온 시대도 궁금해집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던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영화와 공연, 책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낯설 수 있습니다.

별세 소식에서 먼저 확인할 것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헌은 2026년 10월 20일 오후 별세했습니다. 향년 64세입니다.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당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그의 평론과 강의를 기억하는 이들의 애도가 이어졌습니다.

사망 원인을 전하는 보도에는 차이가 있어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분명하게 확인되는 것은 별세 날짜와 그가 남긴 활동입니다. 부고를 접하고 예전 글을 찾는다면, 그가 어떤 음악을 이야기했는지부터 따라가 보는 편이 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시작해 가요 평론으로

강헌의 이력을 따라가면 처음부터 음악평론만 했던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소설가를 꿈꾸며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고, 같은 대학 음악대학원에서는 음악 이론을 공부했습니다. 글과 음악을 함께 붙잡고 있었던 셈이죠.

영화 현장에서도 일했습니다. 독립영화집단 장산곶매에서 ‘오! 꿈의 나라’, ‘파업전야’, ‘닫힌 교문을 열며’ 등의 제작에 참여했고, ‘아담이 눈을 뜰 때’와 ‘정글스토리’의 시나리오도 썼습니다. 한 분야에만 머문 이력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대중음악평론가로 알려지는 계기가 된 글은 가수 김현식에 관한 평론이었습니다. 이후 1990년대 초반부터 김현식, 서태지, 신해철, 김민기 등 여러 음악가를 다룬 글을 썼습니다. 그 시절 가요를 떠올리면 노래와 함께 청년 문화, 방송, 사회의 분위기가 따라오는데, 강헌은 바로 그 연결을 읽어내는 데 관심을 뒀습니다.

노래 한 곡을 시대와 함께 읽는 시선

그의 평론을 이해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골라 ‘왜 하필 그때 이 노래가 사랑받았을까’라고 생각해 보는 겁니다. 같은 가사라도 발표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알고 들으면 다른 부분이 들릴 때가 있습니다. 강헌의 글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동료들과 문화계간지 ‘예감’, ‘상상’, ‘리뷰’를 만드는 데 참여했고, 여러 대학에서 약 20년간 대중음악사를 가르쳤습니다. 글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와 학생들이 음악을 읽을 언어를 함께 만들어 간 셈입니다. 임진모 평론가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1990년대 강헌이 가요 평론으로 활발히 활동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책으로 만나고 싶다면 ‘전복과 반전의 순간’이나 ‘강헌의 한국대중문화사’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두 책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그는 노래 자체뿐 아니라 음악이 놓인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신해철의 삶과 음악을 다룬 책도 남겼습니다. 좋아했던 가수의 이름에서 시작해 그의 글로 넘어가면 낯선 평론도 한결 가까워집니다.

무대와 교육 현장까지 이어진 활동

강헌의 활동은 지면 밖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포크 30주년 기념 페스티벌’ 같은 공연과 ‘끝나지 않는 노래’, ‘천변살롱’ 등의 음악극을 기획하거나 제작했습니다. 음악을 분석하는 사람인 동시에 관객이 만날 무대를 만드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와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을 지냈고, 2025년 12월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에 임명됐습니다. 평론과 강의에서 쌓은 관심이 문화예술을 배우고 접하는 환경으로 이어진 이력입니다. 42세에 큰 병을 겪은 뒤에는 명리학을 공부해 관련 책도 펴냈습니다. 관심의 폭이 넓었던 만큼 그를 기억하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를 듯합니다.

저는 그의 이름을 떠올릴 때 노래를 조금 더 오래 듣게 될 것 같습니다. 익숙한 곡이라도 발표된 시절과 노래한 사람의 이야기를 곁에 놓으면 새로운 장면이 보이니까요. 강헌이 남긴 글과 책은 그런 귀 기울임을 다시 시작할 자리를 남겨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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