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관련주 고를 때 사업 구조부터 확인하는 방법

얼마 전 구리 가격이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관련 종목을 찾아봤는데, 같은 ‘구리관련주’로 묶인 회사들의 사업이 꽤 다르더라고요. 구리를 제련하는 회사도 있고, 구리를 가공하거나 전선의 원료로 쓰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어느 기업의 이익이 늘어날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구리 가격보다 먼저 볼 것은 회사가 하는 일
구리는 전선과 전력망, 건물 설비, 자동차 등에 쓰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전력망 확충과 산업 전기화가 구리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봅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관련 기업이 함께 주목받지만,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개별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다른 문제예요.
가령 구리를 원료로 사서 케이블을 만드는 회사는 구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때 매출액은 커져도 원가가 비슷하게 늘면 이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죠. 반면 계약을 맺은 가격과 원료를 실제로 사는 시점이 어긋나면, 같은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구리 가격 그래프 옆에 사업 구조를 함께 놓고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표 종목은 이렇게 구분하면 편합니다
풍산은 동과 동합금을 판·봉·선 등의 형태로 가공하는 신동사업을 합니다. 동시에 탄약을 만드는 방산사업도 운영해요. 풍산의 주가나 실적을 구리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죠. 기업 자료에서 신동사업 판매량과 방산사업 실적을 따로 확인하면 변화의 원인이 좀 더 분명해집니다.
대한전선은 전력 케이블 사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전기동은 케이블 제조에 들어가는 주요 원료이고요. 이 회사를 볼 때는 구리 가격뿐 아니라 초고압 케이블 수주, 납품 시기, 원료 가격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도 확인할 만합니다. 공사를 수주했다는 소식이 나와도 매출과 이익은 납품 일정에 따라 나뉘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LS는 조금 다른 경우입니다. LS MnM은 동정광 등을 제련해 전기동을 생산하지만, LS MnM 주식을 증시에서 직접 사는 구조는 아닙니다. 상장사 LS를 통해 관련 사업에 간접적으로 접근하게 되죠. LS에는 다른 계열 사업도 있으므로, 구리 가격 변화가 그룹 전체 실적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봐야 합니다.
세 회사를 나란히 적어 보면 풍산은 구리 가공과 방산, 대한전선은 구리를 원료로 쓰는 케이블, LS는 제련 계열사를 둔 지주회사로 구분됩니다. 이름은 같은 테마에 들어가도 실적이 움직이는 경로는 서로 다릅니다.
매출 증가와 이익 증가를 나눠 읽는 방법
숫자를 볼 때는 매출액 하나보다 영업이익률을 함께 보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제품 1개를 100에 팔고 원료와 제조 비용으로 90을 써서 10이 남았다고 해볼게요. 구리값 상승 후 판매 가격이 110, 비용이 100이 되면 매출은 10% 늘지만 남는 금액은 여전히 10입니다. 반대로 판매 가격을 105까지만 올릴 수 있다면 남는 금액은 5로 줄어듭니다. 실제 기업의 손익은 더 복잡하지만, ‘구리값 상승으로 매출 증가’라는 문구를 읽을 때 유용한 구분입니다.
재고도 영향을 줍니다. 과거에 사 둔 원료를 지금 판매하는 회사와, 비싼 원료를 새로 사야 하는 회사의 당장 비용은 다를 수 있어요. 수입 원료 비중이 크다면 원·달러 환율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제련업은 구리 판매 가격 외에 원료 조달 조건과 제련 수수료가 중요하고요. 같은 구리 가격 상승기에도 기업별 실적이 엇갈릴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관심 종목을 좁힐 때 확인할 순서
먼저 사업보고서에서 구리와 직접 연결된 사업이 매출에서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 확인합니다. 그다음 최근 분기의 판매량과 영업이익률을 비교해요. 판매량은 그대로인데 구리 가격 때문에 매출만 커졌다면, 수요가 강해졌다고 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전선 기업이라면 수주잔고와 실제 납품 일정, 신동 기업이라면 판매량과 사업부별 이익, 제련 사업이라면 원료 조달 조건을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자금과 차입금도 확인하면 좋습니다. 성장 기대가 커도 돈이 들어가는 시기와 이익이 들어오는 시기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구리관련주를 볼 때 저는 ‘구리값이 오르면 어디에서 돈을 버는 회사인가’를 먼저 문장으로 적어보는 편입니다. 그 문장을 사업보고서의 사업부 실적과 대조해 보면, 비슷해 보이던 종목 사이의 차이가 꽤 선명해집니다.
